일목마당

1. 21세기는 집단보다 개인의 시대

이제 산업화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지식·정보화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산업화시대는 영어로 'industrial age'인데, 'industrial'이라는 단어는 '산업화'도 '근면한'이란 뜻도 있다. 산업화시대에는 연공서열을 존중하고, 근면하고, 성실하면 개인이나 조직이나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어떤 사회나 어떤 시대에나 부지런하고 성실한 것은 중요하고 또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지식·정보화시대에는 산업화시대의 근면·성실과도 다른 그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산업화 사회의 근면 ·성실은 집단 속에서 힘을 합하여 하나의 정해진 궤도 위를 열심히 달려가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부단히 다양성을 추구하는 근면·성실이 필요해졌다. 다양한 발상과 다양한 활동이 요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양하게 급변하는 오늘날의 사회현상 속에서는 답을 내기가 어렵고 정답이 하나가 될 수도 없다. 다양화는 국가경영이나 회사경영에서 방정식의 변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고 방정식의 변수가 많아져서 초고차 연립방정식이 되고 정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서는 재래식 근면·성실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이제 개인이나 조직이나 최상의 무기는 근면·성실보다는 남이 안 가진 개성과 유연성이고, 그것이 곧 경쟁력이 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개성과 유연성의 신장은 집단보다는 개인의 활성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개인이 기본단위가 되어 각 개인이 다양한 발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러한 마인드는 동양보다는 서양이 앞섰고 서양에서도 가장 성공한 민족은 유태인이다. 서양에는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여러 가지 지적 스타일이 있는데 앵글로색슨형, 게르만형, 라틴형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성공한 것이 유태인형이라고 한다.

유태인형의 사고와 지혜가, 개성과 창의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지식·정보화사회에서 생존하고 경쟁에 이겨나가는데 하나의 중요한 示唆가 된다고 믿는다.

2. 유태인은 얼마나 우수한가

유태인 수는 약 1,700만 명, 세계인구를 60억으로 보았을 때 약 0.3%에 불과하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정치·경제·과학·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엘리트의 약 10%가 유태인이라고 한다. 엘리트집단만 본다면 0.3%가 10%를 차지하니 인구비례의 30배 이상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M. 토케이어가 쓴 '유태인의 발상'이라는 책에 의하면 유태인의 노벨상 수상자 수가 의학과 물리는 약 20%, 화학 10%, 문학 10%, 경제학은 무려 60% 이상이라고 한다. 모든 분야를 통틀어 평균 노벨상 수상자의 약 25%가 유태인이라는 것이다. 세계인구의 0.3%라면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안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다. 우리 한민족을 약 7,000만 명으로 보면 유태인의 약 3배에 해당하는데 아직 한 사람의 노벨상 수상자도 없다.

유태인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통계수치는 이 밖에도 많다. 미국 인구의 약 3%, 즉 미국인구 약 3억 가운데 약 900만이 유태인이라 한다. 그런데 소위 Ivy League(미국 동북부의 8개 명문대 : 하버드·예일·콜롬비아·프린스톤·브라운 등)대학 교수의 약 30%가 유태인이라고 하니 인구비 3%의 10배에 해당한다.

오늘날의 세계를 만든 가장 위대한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칼 막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아이작 뉴톤 그리고 앨버트 아인슈타인이라고 한다. 이 중 막스는 실패한 사상가지만 아무튼 인류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프로이트(오스트리아)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서, 뉴톤은 물리학의 기초를 놓은 사람으로, 아인슈타인은 현대물리학의 핵심을 만든 사람으로, 모두 혁신적인 발상으로 세상을 바꿔놓은 천재들이다. 이 가운데 뉴톤을 제외한 세 사람이 유태인이다. 뉴톤도 유태인이라고 하는 책도 있다.

그밖에 유태인으로 각 분야의 세계적인 인물이나 일가를 열거하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유럽(영국·프랑스)의 재벌 로스차일드 일가, 미국의 록펠러 일가, 이태리의 오리베티, 프랑스의 시트로엔, 미국의 경제학자 폴 사뮤엘슨, 영국의 로이터(로이터통신 창업자), 미국의 칼럼니스트 월터 리프맨, 독일의 문학가 토마스 만, 음악가 멘델스존, 브루노 월터, 루빈슈타인, 번스타인, 아이작 스턴, 그리고 정치가 헨리 키신저,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등.

그뿐 아니다. 2천년에 걸쳐 나라 없는 설움을 당하고 갖은 박해를 받아왔으며 현대에는 나치스에 의해 600만 명이 홀로코스트(유태인 학살)로 희생되는 등 역경을 딛고 1948년 드디어 2천년만에 다시 독립국가 이스라엘을 세우고, 수억의 적대적인 아랍국가에 둘러싸였으면서도 이에 맞서 600만 명이 똘똘 뭉쳐 강국으로 살아남고 있다.

3. 유태인의 우수성은 어디서 오는가

학자들의 일치된 의견 즉 정설로는 두뇌의 우열은 인종에 따라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개인간에는 유전적 요인으로 선천적인 지능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인종간에는 없고 다만 후천적 환경과 啓發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한다. 따라서 유태인이 천부적으로 우수한 것이 아니고 여려가지 여건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유태인의 강인한 정신력과 지적·예술적 탁월성에 대해서는 그 이유에 관한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미국의 유태계 문화인류학자 라파엘 파타이의 주장이 상당히 학술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일곱가지를 들고 있는데 논문이 아닌 이 글에서 그것을 모두 설명하기는 번거로우므로 주요항목 세 가지만 인용하기로 한다.

하나는, 가정교육의 철저성이다. 아이들의 재능을 조기에 찾아내고 조금이라도 개성적인 면이 있으면 그것을 더욱 啓發하고 신장시키는데 온갖 정성을 다 쏟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문이나 지식·공부 등이 최고의 가치라는 유태인의 종교적 문화적 전통이다. 탈무드(뒤에 설명)에 '지식이 없는 사람만 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는 격언이 있고 그만큼 유태인은 공부를 좋아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첫날 교과서 위에 꿀을 한 방울 떨어뜨리고 그것을 핥게 한다고 한다. 공부는 꿀맛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하나의 의식이라 할 것이다. 공부가 꿀처럼 달고 가치 있는 것이지만 그 학습과정은 참으로 엄격하고 강도 높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는 이교도 사회의 문화적 분위기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즉 유태인들은 주로 기독교 사회에 살면서 항상 이교도로서 그 주변이나 구석에 존재 공간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그 사회 속에 있으면서 동시에 이방인이고, 그 사회에 속하면서 그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태인들에게 그 사회를 넘어서고, 민족을 초월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원대한 사상을 갖게 하고, 넓고 새로운 지평으로 그 정신을 비약시키며 또한 미래를 내다보는 큰 시야를 갖게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차별과 박해에 대한 도전에서 온 것이다.

결국 위의 세 가지를 요약하면, 악조건 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한 가정교육과 학문연마에 진력하여 우수한 정신력과 지적능력을 계발하고 민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범세계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기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4. '탈무드'는 지혜의 寶庫

그러면 이와 같은 철저한 가정교육과 학문연마, 원대하고 혁신적인 사고의 바탕에는 뭣이 깔려 있는가. 유태인의 강인함과 지혜로움은 그 원천이 구약성서와 탈무드, 이 두 가지에 있다고 한다.

유태교에서는 예수를 구세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신약성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약·신약의 구별이 없고 성서는 한 가지 뿐이다. 유태인의 정신적 바탕은 성서이고 지적 바탕은 탈무드라고 한다. 탈무드는 거룩한 경전이 아니고 실생활에 필요한 지혜서이다. 성서를 건물의 기초라고 한다면 탈무드는 그 위에 세워진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탈무드는 하나의 큰 숲에 비유하기도 한다. 숲에는 가지가지 나무가 있고 그 나무에는 온갖 생물들이 살고 있다.

탈무드의 역사와 구성을 살펴보자. 탈무드에는 신·구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BC 3세기 팔레스티나에 유태인 현인들이 모여서 편찬한 것으로 한 권으로 되어있다. 또 하나는 앞의 탈무드가 편찬된지 약 800년 후인 5세기 경, 바빌로니아에 약 2,000명의 랍비(유태인 사회에서 학자와 사제를 겸한 지역사회 지도자)가 모여 10년간 걸려서 하나의 전집으로 집대성한 것이다. 이것은 히브리어(유태어)로 20권, 12,000쪽, 250만 단어(큰 백과사전 분량)로 되어있다 한다. 그 내용은 물론 BC 3세기의 것을 참고로 하고 BC 5세기부터 AD 5세기까지 약 1,000년간의 口傳을 책으로 편찬한 것이다. 앞의 것을 팔레스티나의 탈무드, 뒤의 것을 바빌로니아의 탈무드라고 하는데 보통 '탈무드'하면 후자를 가리킨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고 의식이 깨어있는 유태이이라면 적어도 하루 한 번은 탈무드를 들쳐 본다고 한다.

탈무드의 내용은 율법, 격언, 문답, 우화, 논쟁, 공상, 유머 등 참으로 다양한 요소가 씨줄과 낱줄로 옷감을 짜듯 가로 세로 짜여져 있다. '공상'에는 실로 엉뚱하게 하늘을 나는 요새,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철선 등 현대에 와서 그 꿈이 실현된 아이디어가 벌써 1,500년전에 언급되고 있다.

탈무드에는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 하나의 답만이 있지 않다. 서로 모순되는 내용도 많다. 읽는 사람이 계속 의문을 던지고 서로 논쟁하도록 유도한다. 지금도 각 쪽의 여백에 유명한 랍비가 그들의 의견을 계속 써넣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대대손손 보완하여 자손들에게 물려준다. 맨 마지막 한 쪽은 백지로 되어있고 1,500년 전 초판본 발행이후 하나의 규칙으로 되어있다. 이것은 하나의 상징이라고 한다. 즉 close end가 아니고 open end라는 뜻이고 영원히 '미완의 책'으로 남아있게 하는 것이다. 종결이 아니고 무한한 미래에로 열려있는 책이다.

탈무드에 실려있는 우화 하나를 여기에 소개한다. 어느 날 젊고 우수한 학생이 랍비를 찾아왔다. 그리고 지난 6년간 탈무드를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가를 얘기하면서 자기를 테스트해 달라고 청했다.

랍비는 탈무드를 펼쳐들고 어느 한 페이지의 내용을 질문했다. 그 페이지에는 매우 어려운 논쟁이 실려있었는데 학생은 그 논쟁 내용을 정확히 설명했다. 랍비는 너는 낙제라고 얘기했다. 다음에 탈무드의 다른 권을 펼치고 학생에게 그 페이지에 있는 내용에 관해 질문했다. 그것은 더 복잡한 논쟁을 다루고 있었는데, 학생은 거침없이, 그 페이지에는 뭣이 실려있고, 뭣이 문제점이고, 어떤 의문이 제기되고 어떤 랍비가 얘기한 답은 뭣이라고 상세히 답변했다.

그 고명한 랍비는 너는 아직도 낙제라고 얘기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단지 읽었다는 것에 머물러서는, 당나귀가 등에 책을 잔뜩 짊어지고 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당나귀가 아무리 책을 등에 많이 짊어지고 있더라도 당나귀 자신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사람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에 대해서 계속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결국 탈무드적 인간형은 매사에 의문을 던지고, 열심히 질문하고 열심히 논쟁하고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에 유연성이 있는 그런 형이다.

유태인들은 연상을 중요시한다. 연상은 영어로 'association'인데 이 말은 '결합'이라는 뜻도 있다. 사람의 지식은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자극하고 서로 결합하여 상호 화학반응을 일으켜, 거기서 종합된 체계가 생기고, 그래서 직관력이 생기고 창의적인 발상이 생긴다. 두뇌는 컴퓨터 메모리같이 그저 정보나 지식을 쌓아두는 창고가 아니다. 상호 관련시켜서 결합하여 판단력과 상상력이 생기는 것이다.

탈무드에는 이런 격언도 있다고 한다. "탈무드를 그저 달달 암기하면 또 한 권의 탈무드가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인간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 내용을 암기한 사람 하나가 증가한다는 것은 인쇄소에서 탈무드를 한 부 더 찍어내면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유태인식 독서술은 나름대로 해석하고, 의문을 갖고, 비판도 하라는 것이다.

탈무드에 의하면 '연상력'을 작동시키려면 세가지 채찍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기 자신 또한 타인과의 대화, 독서, 글쓰기. 연상력은 게으름뱅이므로 이 세가지 채찍으로 때리지 않으면 달리지 않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연상력을 향상시키려면 우선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정보를 축적해야 된다. 그러면 그 정보가 잠재의식 속에 저장된다. 사람의 의식 중의 90%가 잠재의식이라고 한다. 잠재의식 속에 저장된 정보가 풍부해지면 서로 활발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창의력이 생긴다. 이 화학반응이 곧 연상작용이며 이것을 활성화하는데 앞에서 말한 대화·독서·집필의 세가지 채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태인은 겉보다 속을 튼튼하게 한다. 밖으로 꾸미기 보다 내실을 중요시한다. 유태인 격언에 "항아리의 겉보다는 속을 봐라"는 것이 있다. 옷차림에 있어서도 겉옷보다 속옷을 춥지 않게 깨끗하게 입으라고 가르친다.

이스라엘 수상 이하 장관급도 의식이 아닌 평상시에는 넥타이를 매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인구 불과 몇 백만 명의 이스라엘이 수억의 인구를 가진 주변 아랍국가들의 군대를 단 3일만에 격파하여 대승하자 전 세계가 깜짝 놀랐었다. 한국군에서도 부랴부랴 견학단을 파견했는데 여러 가지 보고를 했겠지만 그 중에서 이스라엘군은 장성 사무실에도 소파가 없고, 평상시 근무복이 전투복이더라 등의 내용이 알려졌던 기억이 난다. 그것을 배운다고 군부대 지휘관실의 멀쩡한 응접셋트를 모두 나무의자로 바꾸는 등 수선을 떨었던 일도 있었다. 그것은 정신을 안 배우고 겉치레만 모방한 웃지 못할 사례이다.

탈무드에는 참으로 많은 격언, 경구가 있다. 재미있는 것 몇 개만 여기 인용해 본다.

·자식을 하나밖에 두지 않은 사람은 세상을 눈 하나로 보는 것과 같다.

·아버지 한 사람이 열 자식을 부양할 수 있다. 그러나 열 자식이 아버지 한 사람을 부양하지 못한다.

·돼지는 많이 먹는다. 설익은 사람은 많이 말한다.

·지혜로운 자는 자기가 하는 말을 알고 있고, 어리석은 자는 자기가 알고 있는 바를 말한다.

·인생은 현인에게는 꿈, 어리석은 자에게는 게임, 부자에게는 희극, 가난한 자에게는 비극이다.

·남자는 양볼 사이, 두 다리 사이로 평가받는다.

·행운에서 불운으로 가는 길은 가깝다. 그러나 불운에서 행운으로 가는 길은 멀다.

5. 유태인의 자녀 키우기

유태인의 자녀 교육은 탈무드에 그 바탕이 있다. 탈무드가 하나의 정해진 답을 제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태인들은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필기 잘하고 시험 잘 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의문을 갖고, 질문을 많이 하고,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서로 대립된 의견으로 논쟁을 함으로써 더 앞선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것을 존중한다. 그래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발상을 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질문 많이 하는 학생은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같은 반 학우들에게 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기피 당하기 쉬울 것이다. 남과 다르게 행동하면 따돌림 당하는 게 우리 사회의 풍토이다. 아인슈타인이 학교에서 낙제생이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는 틀에 박힌 제도권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제1인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그의 담임선생은 통신부에 "이 애는 장래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기록했다고 한다. 세계 교육사상 이 만큼 평가를 정반대로 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jewish mother'는 '유태인 어머니'가 아니고 '극성 엄마'라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우리 같이 치맛바람 일으키고, 과외공부 시키고 점수벌레 만들고,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극성 엄마가 아니라 집요하게 질문해서 원리를 끝까지 알고 오게 하는 극성 엄마, "남과 다르게 생각하라", "의문을 많이 가져라"하고 끈기있게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극성 엄마가 jewish mother이다.

유태인들은 가정교육에 매우 엄격하지만 아이들의 정서를 매우 중시한다. 아무리 낮에 꾸중을 했더라도 잠 잘 때는 이불 위에 손을 얹고 "내일은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다."고 안심을 시킨다. 유태인 엄마의 bed side story는 유명하다. 자는 아이 머리맡에서 소곤소곤 정답게 들려주는 엄마의 옛날 얘기는 아이들 잠재의식 속에 쏙쏙 들어가 박힌다. 위대한 선조, 예언자, 영웅, 현인들의 얘기가 주종을 이룬다. 그들의 성서 즉 기독교에서의 구약은 거의가 그들의 역사 얘기이고 위인전이며 그 안에 무궁무진한 교훈과 지혜가 담겨져 있다. 유태인으로서의 긍지를 심어주고 자신감과 인내심을 키워준다.

자녀 교육에서 저축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한다. 정해진 용돈을 주는 것은 쓰라고 주는 것이 아니라 저축하는 훈련으로 준다고 한다. 필요한 물건을 살 때도 그냥 사주지 않고 용돈을 저축해서 사도록 한다. 그러나 정해진 용돈이 모자랄 대는 이자를 받고 꾸어준다고 하는 속설은 좀 과장인 듯하다. 하여튼 열심히 저축하는 사람은 절대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경험 법칙을 중시하는 것이다.

그들은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가르친다. 실패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실패하면 크게 좌절한다. 그것은 인생설계도를 지우개 없는 연필로 그리는 것과 같다. 실패하면 지우개로 지운다고 생각하라. 지우개 달린 연필로 그림을 그리면 더 깨끗하게 더 정확히 그릴 수 있다고 가르친다.

유태인들은 아이들을 나무랄 때 절대 하느님이나 남을 들먹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남이 흉본다. 남부끄럽다. 남이 보면 어떻게 등.

그런 짓 하면 하느님이 노하신다.

그런 행동은 집안 망신이다.

꾸짖는 기준은 오직 '선과 악'이외에 없다. 결국 모든 선악 잣대는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이나 남을 끌어들여 2중 잣대를 쓴다. 또 안 되는 일도 자연·혈연·학연이 있으면 될 수 있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냉정하고 아는 사람에게는 과잉 친절을 베푼다. 이것도 전형적인 2중 잣대의 행태이다.

유머 센스가 풍부한 사람들이 또한 유태인이라고 한다. 유머는 수수께끼와 관련이 많은데, 그들은 이와 같은 수수께끼를 자녀교육에 활용한다. 수수께끼는 주로 아버지가 식사하면서 나이에 맞는 것을 내고 아이들이 풀게 한다. 이러한 수수께끼와 조크는 머리 회전을 유연하게 해주고 권위와 고정관념을 깨뜨리게 해주며 창의력 계발에 매우 효과적이다. 하나의 두뇌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조크를 '지성의 숫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유태인은 '웃음의 민족'으로도 알려져 있다. 유태인 사회에서 웃음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유태인들의 모임에서는 거의 재치있는 조크가 등장한다. 18세기 영국에서 대부호가 된 로스차일드는 통신이 발달 안된 그 시대에 유럽에서 새로운 조크를 수시로 인편으로 입수해서는 사교계에서 피로하여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도 근엄한 학자인 동시에 재치있는 코미디언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두뇌도 조크로 더욱 닦아진 결과라고도 하겠다.

유태인 조크 한두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어떤 국제적인 중국인 사업가가 죽으면서, 생전에 친하게 지낸 외국인 친구들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천국에 가려면 노잣돈이 필요할 지 모르니까 자기 관에 10불씩만 넣어 달라고 했다. 장례식에서 미국인이 먼저 현찰 10불을 관속에 넣었다. 다음에 영국인이 10불 짜리 수표를 끊어 넣었다. 마지막에 유태인 친구는 20불 짜리 수표를 끊어 관속에 넣고는 미국이 넣은 현금 10불을 거슬러 갔다.

또 다른 조크 하나. 신부와 목사, 그리고 랍비 세사람이 신자들의 헌금을 어떻게 쓰는가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나는 땅 위에 원을 하나 그려놓고 모인 헌금을 모두 하늘을 향해 던집니다. 원 밖에 떨어진 돈은 하느님 사업에 쓰고 원 안에 떨어진 돈은 제 생활비로 씁니다."고 신부가 먼저 말했다. "어쩌면 저하고 그렇게 비슷합니까." 개신교 목사가 놀라면서 말했다. "좀 다른 점은, 저는 땅 위에 금을 그어 놓고 돈을 하늘로 던져 왼쪽에 떨어진 것은 자선사업에 쓰고 오른쪽에 떨어진 것은 제가 씁니다. 이건 모두 하나님의 뜻이니까요." 목사가 이렇게 말하니까 신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합니까?" 두 사람은 랍비에게 물었다. "저도 두 분과 똑같이 모인 돈은 하나님이 손수 가져가시고, 저에게 주시는 돈은 모두 땅으로 떨어집니다."

조크라는 것은 엉뚱하며 상식에서 벗어나고 기존의 권위를 무시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통쾌하고 즐겁게 해준다. 스트레스 해소, 카타르시스, 윤활유 작용 등 효과가 크다. 그래서 조크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가, 신부 목사 랍비 등 성직자가 자주 등장한다. 유태인은 이 조크를 자녀 교육에, 사교에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역시 유태인인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에 관한 조크 한 토막.

몇 년전 빌 게이츠가 노총각 신세를 면하고 신혼살림을 차리면서 캘리포니아에 침실 70여개 달린 호화저택을 신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때 신혼 여행을 다녀오는데 공항에 신문·TV·라디오 등의 기자가 수백명 몰려나와 취재경쟁을 벌였다. 한참 인터뷰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 기자가 빌 게이츠 부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혼여행 재미가 어땠습니까?" 부인이 수줍은 듯 미소를 살짝 띠며 딱 한마디

"마이크로 소프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