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목마당


	일곱(7)이란 숫자는 古來로 '完全數', 또는 '幸運의 數'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신체적 조건(골격, 건강상태)과 心性의 변화를 대략 7년 주기로 음미해 보면 매우 흥미롭다 일곱 살이 되면 理性이 들어선다. 신체 발육이 촉진되고 自我意識이 두드려져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 순간적인 자기 인상에 의해서 결정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말썽꾸러기'니 '미운 일곱 살'이란 말이 나왔다. 마치 씨앗이 움이 터서 땅위로 막 고개를 내미는 형상이라고 할까, 아니면 아침 햇살이 동녘에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에 비유 될 수 있겠다. 열 네 살(7×2)이면 사춘기가 시작된다. 소년기의 설익은 조잡함과 순진함이 돋보여 설사 잘못을 저질렀어도 웬만한 것은 무지의 탓으로 돌릴 수 있고 법적으로도 未成年으로 보호된다. 완벽과 성숙의 시기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서 공부하고 지식을 익히고, 정보와 과학을 통해 영혼을 풍부하게 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기로서 이제 막 꽃망울이 트기 시작하는 형상에 비유된다. 이 십대에서 이십대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수많은 금지된 것들이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탓에 이 기간 동안 함부로 잘못을 저지르면 평생의 치욕이 될 수 있으므로 순종과 인내가 항상 요구된다. 청년기가 시작된 스물 한 살(7×3)은 법적으로 成人이나, 아직 아무것도 얻지 못한 나이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理性的이고 合理的인 배움을 통해 어른의 지혜를 익힐 수 있는 시기로서 大學에 들어가 전공학문에 매진하는 것도 이 때이다. 理想을 세우고 目標를 향해 生의 희망찬 첫걸음을 내딛는 출발점이자 세상을 향해 눈을 뜨는 활기찬 시기이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비추어 신중히 목표를 정하고 일로 매진해야 한다. 스물 한 살이 인생의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시기라면 스물 여덟살(7×4)은 꽃이 만개된 이십대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이십대는 인생의 초석을 다지는 청춘시절의 가장 힘든 시기로서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것 같은 뜨거운 피와 온갖 열정을 쏟아 목표를 향해 돌진하게 된다. 인간의 골격은 25세까지 왕성하게 성장하고 이 28세가 되면 더 이상의 성장은 멈춰진다. 부모를 떠나 한 가정을 이루고 독립된 생활을 꾸려 나가는 것도 이 시기이다. 서른 다섯 살(7×5)은 이제까지 자신이 닦아온 길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하며 자신의 능력과 건전한 정신을 발휘하는 시기로서 말하자면 이 때부터 자신이 가꾼 나무의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다. 밝아오는 태양과도 같이 세상에서 빛을 발하고 용기가 돋보이며 명예로운 직업과 더불어 가정과 사회에 공헌하게 된다. 생의 성숙기인 30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理性에 의한 판단이며 충고를 받아들이고 님들과 조화를 이루며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어쨌든, 人生이라는 힘겨운 여정 속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마흔 둘(7×6)에서 마흔 아홉(7×7)은 40대의 근간으로서 人生의 열매가 무르익어 수확하게 되는 결실의 시기이다. 40대는 이미 사회 각분야의 중견으로 패기와 끈기가 함께 공존하는 완숙기로서, 매사에 기백과 투쟁으로 가득차 있다. 흔히들 30대까지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얼굴로 살지만 40대부터는 이제 자신의 얼굴로 삶을 개척한다고 한다. 50대는 절대 권력을 행사하여 자기 행동의 主人이 되는 시기이며, 권위를 가지고 남에게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며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이 시기에 인간은 최고의 지위에 도달하며 인생의 절정을 맞는다. 쉰 여섯 사(7×8)는 대체로 50대의 한계에 이르게 된다 이제까지 쌓아온 결실을 잘 유지·관리하고 生을 즐기며, 이제 손자의 재롱에 더 큰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다. 벌써 신체조건은 쇠퇴기로 접어들고 평생을 바친 일터에서 自意건, 他意건간에 퇴장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들은 인간의 신체적 조건과 심성이 대략 7년 주기로 변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주기의 마침이 예순 셋이란 나이이다. 왜냐하면, 예순 셋(7×9)이란 일곱과 숫자의 마지막인 아홉이 곱해져서 생기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모든 기능은 물론 심성까지도 퇴행의 길로 들어선다. 패기와 끈기로 앞만 보고 달려온 모든 일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시기로, 자신의 서운한 결말을 느끼게 되며, 내일 일을 기약하기보다 지난날을 회상하게 되고, 여생을 잘 마무리하는 황혼의 시기로 접어든다. 孔子는 60대를 耳順이라고 했다. 듣는 귀에 억지가 없이 만사를 사리대로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는 적어도 60년 이상의 연륜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것으로 이해된다. 이 경지에는 지식이나 학문을 넘어서서 인생의 체험이 옳은 것은 옳게, 그른 것은 그른 대로 그대로 들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일 게다. 이제 검은머리는 서서히 백발로 변해간다. 유년기와 10대는 태양이 떠오를 때처럼 붉은 색을 띠고 있지만 성숙기에 들어가면 점잖게 검은 수염이 나고 머리도 검어진다. 그러나 검은 색이 흰색으로 변하는 것은 인간 한계에 대한 증표로서 바로 순진하고 솔직한 세계로 들어감을 의미한다. 일을 하더라도 비능률적이며 감각이 무뎌지고 능력도 소실된다. 여기서부터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人生 칠십은 '古來稀'라고 했던가! 물론, 현대 의학이 발달하고 영양상태도 좋아져서 사람의 건강이 호전된 탓에 '인생은 70부터'라는 말까지 있지만, 이것은 우리의 희망이며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의 늙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이후부터는 사는 것이 고통일 때가 많으며 더 나이를 먹더라도 점점 어린아이로 되돌아간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生을 지배하는 시간의 바퀴인 것이다. 금년으로 나도 '예순 셋'을 맞았다. 세원은 시위를 떠난 화살에 비유하더니 어느새 이렇게 됐는지 스스로 놀랐다. 이제가지의 생일날과는 감회가 달랐다. 지난날 내 인생 길의 고비마다 무엇에 삶의 중심을 두었었고 과연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왔었던가? 그때그때의 세상 물결에 따라 삶의 중심이 옮겨다니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라 나이에 걸맞는 耳順의 경지에 이르기에는 아득한 것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지나온 내 삶의 발자취들이 이제는 다시 밟아보지 못할 너무나도 귀중한 순간 순간들이었는데.... 삶의 여정에서 어떤 결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 하나하나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그 자체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제 앞으로의 삶은 이제까지 살아온 지나날들보다 훨씬 짧겠지만 하루하루를 값지고 후회없는 삶으로 이어 가리라. 오래 전에 보고 느꼈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가 손을 맞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이었다. 그들이 누군지 돈이 많은 사람인지, 세도가였는지, 어떻게 살아왔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지나온 기나길 세월동안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자기 분수를 지키며 건실하게 삶을 영위하여 왔기에, 이제 저와 같은 건강과 다정하고 평온한 心性으로 황혼기를 맞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그때 나는 그 모습 자체로도 말없는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 인생의 종착역은 너무도 큰 최후의 사라짐이자, 동시에 불멸의 초상인 것이다! 인생의 가치는 죽음으로서 모든게 끝나는 허무한 것이 아니다. 그가 남긴 삶의 자세나 업적은 물론이지만, 당장 장례식에서조차 애도하는 조문객들에게 오히려 큰 위로와 말없는 격려를 주는 實例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근본 이유는 창조주의 존재를 무의식적으로도 느끼며 육신의 죽음이 곧 끝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의 일과를 잘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며 잠자리에 든다. 하루하루가 이러할 진데, 항차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죽음 앞에 겸허해지고 깨끗하고 보람되게 生을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그네 인생 길의 마무리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다짐해 본다. 모든 事物의 밝은 면을 보도록 하자!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 우리에게 감명을 안겨다 주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것들만 바라보고 매사에 긍정적이며 서로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그리고 남에게 사랑받기를 기대하는 쪽보다 사랑하는 쪽에 서자! 내 분수를 지켜, 극단으로 치우치지 말고 탐욕과 허영을 버리자! 내 이웃을 더 사랑하고 작은 일에서부터 충성하자! 어떤 형편에서든 自足하고 겸손과 感謝하는 마음을 잊지 말고 하나님이 주시는 남은 生을 기쁘고 즐겁게 봉사하는 삶으로 이어가자!

	지난 섣달 중순이었나 보다. 아파트에서 가까운 거리라 늦은 시간인데도 아내를 따라 가락시장에 들렀다. 배추, 무 등 김장거리를 둘러보는 사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하고 시장을 파장 분위기였다. 노점상들은 벌써 자리를 뜨고 점포들도 문닫을 준비를 하면서 빈 드럼통에 불을 지펴 쬐면서 물건들을 챙기고 있었다. 나도 함께 불을 쬐면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는데, "따끈따끈한 차 한잔씩 드세요!" 하며 아주머니가 손수레를 끌고 다가왔다. "아주머니!! 늦었는데 아직 다 못 팔았어요?" 하며 일하던 한 사람이 커피 서너 잔을 주문해서 마시면서 "아직 남은 게 몇 잔이나 되나요?" "몇 잔 남지 않은 것 같아요."하자, "그럼 저쪽에도 가서 마저 다 팔고 가세요."하며 한 사람이 옆 점포에서 정리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아주머니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커피 몇 잔 안 남았으니 거기서 마저 '떠리' 해주시오."라고 했다. "아줌마, 여기 남은 것 다 주세요." 이렇게 해서 아주머니는 고맙다고 연거푸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가벼워진 손수레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었다. 나는 이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태도 중의 하나가 감사하는 것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각박한 세태 속에서도 서민들 간에 오가는 훈훈한 인정 앞에 추위도 잊고 있었다. 이건 얼마전 지하철에서였다. 삼십대 초반의 한 청년이 가방을 들고 내가 탄 칸의 중앙에 와서 흰 와이셔츠를 옷걸이에 걸치고 싸인펜으로 낙서하듯 와이셔츠에 줄을 긋더니 모두가 쳐다보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고 작은 병의 물약으로 말끔히 지워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서 그 효능과 편리함을 선전하고서 세 병들이 한 통에 단돈 천원에 드리겠다면서 승객석을 한바퀴 돌았다. 별로 사는 사람이 많이 않은 것 같았다. 청년은 가방을 챙겨 다음 칸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저쪽에서부터 검은 안경의 맹인이 조그만 동냥 소쿠리를 들고 노래하면서 다가왔다. 그 청년은 얼른 지갑에서 천원 한 장을 꺼내, 소쿠리에 넣더니 황급히 다음 칸으로 이동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자기도 어려운 처지에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한 서민의 따스한 인정을 거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천원을 벌려면 그 물약통을 얼마나 많이 팔아야 했겠는가? 땀흘려 일해본 사람만이 어려운 이웃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음을 깨닫고 참으로 '사람 사는 맛'이 이런 것이로구나 싶었다. 우리는 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시장에서 커피를 '떠리' 해주던 사람들도 이튿날 날이 새면 또 다시 백원, 이백원을 따지며 세찬 생활전선에 뛰어들었겠지만, 자기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그냥 지나칠 줄 모르는 그 인정이 곧 우리네 서민들의 원래 마음씨라 생각될 때, 우리 사회는 어두운 구석도 많겠지만 아직도 밝은 면이 더 많은가 보다. 우리는 참으로 험난한 98년 한해를 지나왔다. 연초부터 외환위기 속에 크게 휘청거렸던 우리 사회는 마치 망망대해를 항해는 조각배와도 같았다.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했고 내일을 기약하며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다름아닌 우리 서민 대중의 온정의 힘이었다. 결혼반지, 시어머니로부터 대물림 받은 금반지 등, 소중한 정성들을 한데 모았던 '금모으기 운동', ARS로 천원씩 모금하는 '사랑의 리퀘스트'와 '사랑의 먹거리 나누기' 등에 동참한 서민대중의 물결은 얼굴 모르는 다수의 작은 온정들이 결집된 큰 힘이었다. 결코 넉넉해서 아니었다. 이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며 불우한 이웃이 많으면 세상은 어두운 세상이 된다. 우리가 이 IMF를 이기려면 이웃부터 껴안아야 한다. 우리는 주변의 삶 속에서 값지고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서 그것이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갈채를 보내고 동참해서 서로 간에 주고받는 온정과 감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올 겨울은 더 춥게 느껴지는 것 같다. 수은주의 온도보다 부도, 실직, 해고, 감봉, 취업 불능이란 단어들이 만들어낸 사회의 냉기류 탓이리라. 예전에 우리사회는 온정이 넘쳤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품앗이' 농사로 상부상조하는 가운데 이웃의 어려움을 온 동네의 일로 서로 도왔고, 기쁨도 함께 나누었다. 해마다 서민들은 '보릿고개'의 궁핍 속에서도 양반들을 빗대는 등 갖가지 해학을 통해 고달픔을 흥겨움으로 달래는 마음의 여유을 지니고 있었다. 부자들도 베푸는데 인색하지만은 않았다. 부잣집 경사는 온 동네의 경사로 그야말로 동네 잔치로 베풀어 함께 즐겼다. 이런 것이 바로 사람 사는 동네의 '사람 사는 맛'이요, '한국인의 情과 멋' 이며 우리네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마음의 고향이라 생각된다. 안정된 사회, 건전한 사회는 최빈층이나 부유층보다 서민대중, 즉 중산층이 두텁고 견실해야 한다. 모든 것을 合理性과 法規의 잣대로 해결하고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Winner takes is all)하는 것이 서양 문화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여기에 너무 젖어 인정이 메마르고 있다. 무한 경쟁시대의 살벌한 세태 속에서도 法이나 制度 이전에 人情으로 통하는 순수한 전통 서민사회의 참 모습이 정신 자세의 基底로서 후손들에게 가르쳐야 할 우리 고유의 正體性(identity)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