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목마당

우리 부부의 하루 생활은 아침 4시에 일어나 4시 반에 우리 동네 공원에 가서 걷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운동을 약 1시간정도 하고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하고 우리집 정원에 매일 아침 찾아오는 세 쌍의 참새들에게 모이를 줌으로써 시작된다.

단독주택에 약 20년 동안 살다가 이곳 목동아파트에 온 지도 벌써 10여년이 되었다.

이곳 아파트에 오기전 단독주택에서도 자그마한 정원에 꽃나무를 심고 사계절의 변화와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분양면적에 상응하는 전용 정원을 만들어 줌으로써 계속 정원을 갖게 되는살았다. 이곳 목동아파트는 1층 입주자에게 행운을 맞게 되었다. 55평에 해당하는 우리집 정원은 30여평이 되어 우리 서민들에게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집 정원에 사계절 항상 아름다운 꽃이나 푸르름을 볼 수 있도록 가꾸는 한편 새들이 찾아와 지저귀는 것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침마다 모이도 주고 단독주택에서 사용하던 돌절구를 정원에 내다 놓고 항상 깨끗한 물을 채워주기도 한다.

이에 따라 참새들은 이른 아침 항상 일정한 시간에 와서 내가 주는 모이(쌀)을 먹고 낮에는 때때로 잔디밭에서 벌레를 잡아먹거나 물을 먹기도 한다. 모이를 주는 시간이 늦어지면 새들은 거실 창가에 와서 모이를 달라고 더욱 크게 지저귄다. 그러면 얼른 정원에 나가 모이를 주게 된다.

가끔 까치 한 쌍이 와서 절구에서 물을 먹는데 이때 참새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생활 터전을 그 순간 까치들에게 뺏긴 것 같아 마음이 안쓰러운 때가 있다.

우리 부부가 10여년 가꾼 정원과 주변의 녹지대는 무성하여 거실에 앉아 내다보면 별장에서 사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남편은 잔디밭에서 잡초를 뽑는데 주로 시간을 보내고, 나는 꽃나무를 가꾸는데 시간과 돈을 소비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꽃을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꽃나무 뿐만 아니라 일년초 꽃도 수시로 사다 키운다.

꽃의 아름다움과 마음의 평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정원에 인자한 성모 마리아사도 모셔놓았다.

꽃의 축제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동백꽃이 되어 얼어붙었던 정원의 겨울을 녹이고 산수유가 봄소식을 전하면서 시작된다. 뒤이어 목련, 라일락, 앵두, 모과, 영산홍, 장미, 작약 등이 피는데 그 절정은 5월이 된다. 나는 이들 꽃 중에서도 장미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러 색깔의 장미꽃을 사다 심었지만 붉은 장미꽃 외에는 실패했다. 모든 식물들이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약 7년 전에 가냘프게 생긴 조릿대(산죽)를 사다 심었는데 지금은 그 뿌리가 사방 땅 밑으로 뻗어 새싹을 돋게 할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푸르름과 풍성함을 자랑한다. 몇 년 후에는 온통 조릿대 밭이 될까 걱정스럽다.

수시로 참새들이 날아들고 한 여름에는 매미가 세차게 울어대고 가을에는 귀뚜라미 소리까지 들을 수 있으니 시골의 고향과 같이 느껴지는 때도 종종 잇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집 정원의 설경도 아름답다.

우리 부부가 주말이면 어김없이 북한산에 가는 것은 10년이 엄었다. 그래서 북한산의 나무들과 꽃 그리고 바위들과 친숙하게 되어 도시락을 먹을 때는 주변이 우리집 정원과 같이 느껴지고 도시락은 어떤 요리보다도 맛있게 먹는다.

나는 가난한 초급장교의 아내로서 하나의 가정을 이룩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자식들을 다 시집 장가 보내는데 젊음을 다 바치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되지만 웬일인지 때때로 허무감에 사로잡힌다. 이런 때에 거실에 앉아 정원을 내다보면 그 허무감을 위로해 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마음속에 꽃밭을 가꾸어야 한다는 내용을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아직도 아름다운 것 보다 추한 것과 미운 것이 더 많이 보이고 일상 생활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그래서 정원의 꽃밭 가꾸기보다 내 마음속의 꽃밭 가꾸기가 훨씬 어렵게 느껴져 마음이 꽃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되기란 정말 어렵다고 생각된다.

서기 2001년에는 김포지역 새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니 사랑하는 우리집 정원과 이별하게 되어 영원히 정원을 가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벌써부터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가 이곳을 떠난 후 지금까지 아침마다 찾아오는 참새들에게 모이와 물을 새로 이사오는 사람들이 계속 줄는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