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목마당

지구화 시대에는 세계 각 나라의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예술 활동이 국경도 없이 넘나들고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고유한 민족의 正體性이 희석되고 흐트러지면 여기에서도 마침내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동물적 자연법칟이 지배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한 나라 민족이 살아남는 길은 이제 물리적인 국방력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눈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한 나라 민족의 국내외적 정체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국내적으로는 개인과 가정의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가 건전해야만 사회가 건강해지고 나라가 튼특한 기틀 위에 거게 되며, 국제적으로는 민족의 정신적이 支柱인 민족정신이나 민족이념이 뚜렷해야 남이 감히 넘보지 못할 것이고, 외침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넋이나 얼은 이만큼 중요한 것이다.

한 나라 민족의 얼을 몇 가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세계적인 性理學의 대가인 李退溪 선생은 무엇을 주장하였는가. 요사이 하버드대학에서는 이퇴계 선생에 관한 연구가 뜨겁다고 한다.

국민들은 굳이 역사학자가 아니라 해도 나의 조국이 무엇이며, 나는 어디에서 왔고, 나는 누구이며, 나의 조상은 누구인가는 알고 살아야 한다. 유태인에게서 배우고 일본에서 배우자. 유태인의 강력한 선민의식과 일본의 황국민 정신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애국선열들과 島山安昌浩 선생의 가르침도 이런 점에서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 육체로 말하면 민족적 지주란 우리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척추에 해당하고 정신적으로는 우리 민족의 혼이며 넋이다. 국민의 혼이 흔들리면 국민의 가치관이 혼란해지고, 가치관이 무너지면 국민의 윤리적 타락을 초래하게 되며 마침내 사회적 대혼란이 오고 나라의 기틀이 송두리째 붕괴되게 되는 것이다.

민족의 얼은 이외에도 우리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드러난다.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혼탁한 원인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민족의 얼이 빠지면 경제도 흔들리고 부정 부패와 정경유착이 일어나며, 온 국민이 사치와 낭비의 소비 행태를 일삼아 나라의 살림이 거덜나고 경제 위기를 면할 수 없게 된다.

문화가 국가 경제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가를 주의 깊게 살펴보자.

외국의 문화를 무분별하게 수용한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되었는가에 관한 극명한 예는 우리나라가 잘 보여주고 있다. 외제 제일주의가 그것이다.

예로 食文化를 들 수 있다. 국민문화 중에 식문화야말로 이런 측면에서 참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매일 세끼를 먹어야 하고 마셔야 하기 때문에 문화 중에 국민의 식문화야말로 하루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것이다.

지금 우리의 식문화는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 전통적인 식문화에서 서구적인 저속 쓰레기 식문화로 변질되어가고 있지 않는가. 특히 지금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의 식생활은 김치, 깍두기, 된장, 고추장에서 햄버거, 핫도그, 피자, 콜라와 같은 쓰레기 음식문화로 변해가고 있다. 음식문화가 그 얼을 완전히 잃어 버렸고, 이것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역기능적 효과는 너무나도 크다. 국산 농산물이 안 팔리니 농민이 손해를 보고, 농사가 수지 맞지 않으니 한국 농업 생산이 줄어들어 농촌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사람을 기르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떠한가. 교육이 제도나 정책을 비롯하여 심지어 교육내용 커리큘럼에 이르기까지 미국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전통적인 인간교육이 아직 존재하고 있는가.

과학기술 교육은 벌써 미국에 그 목덜미를 잡힌 지 오래이고, 이제는 인성교육까지도 그 밑둥까지 뒤흔들리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에 윤리·도덕교육이 존재하고 있는가. 선생님의 손에서 회초리가 사라진지 오래이고 이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욕하고 법정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교육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알 수 없고, 우리의 백년대계가 참으로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스승이 학생들에게서 돈을 갈취하고 이제는 스승이라기보다 지식소매상처럼 전락되고 있다.

지금 미국에 갖다 바치는 교육비는 가히 천문학적 액수가 아닌가. 등록금은 물론이고 주택과 생활비까지 따지면 한달에 3,500불은 족히 될 것이다. 무엇을 배우겠다고 이렇게 막대한 투자를 해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교육환경에서 무엇을 배우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과연 무엇이 될 것인지 장래가 의심스럽기가 그지없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자녀교육만은 올바로 시켜야 한다. 그들은 나라의 기둥이며 희망이며 장래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잘 못 배운 기성세대는 포기한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세대만은 제대로 키우자. 이것이 민족의 주체의식을 되살리는 길이다. 우리의 자녀는 국내외를 구분할 것이 없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동족들도 이것을 잘 알고 있다. 교육은 만가지의 기본이다.

한 나라의 민족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예술이다. 음악이나 무용, 미술이나 조각 하나하나 모두가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며 우리의 혼과 심금의 울림이다. 특히 음악에 조예가 깊은 우리 민족에게는 음악이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음악을 통해 우리 민족됨의 많은 부분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용도 단순한 몸놀림이 아니다. 우리 영혼의 몸부림, 소리없는 표현,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전통 미술, 조각, 금속활자 등도 세계적으로 빼어난 것이 얼마나 많은가. 유감스럽게도 많이 빼앗기고 도둑 맞았지만, 그 속에는 우리의 민족혼이 살아 숨쉬고 있다.

언어도 민족혼을 나타내는 핵심적 요소이다. 언어는 단순한 대화 수단이 아니라 우리 얼의 표현이기도 하다. 언어가 뚜렷한 민족은 훌륭한 민족이다. 그런데 요사이 우리 나랏말이 외국어·외래어·은어까지 뒤섞여 매우 혼탁해져 가고 있음은 슬픈 일이다. 요사이 쓰이는 말은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그 뜻을 알 수가 없다. 언어의 이질감의 골이 깊이 패여서 통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어문학자들의 책임이 무겁다. 방치하고 서로 이론적 논쟁만을 일삼기 보다 이를 정화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는다는 것이 다른 민족을 적대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중요한 것처럼 상대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화와 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조화와 협력이란 미명하에 한 문화가 다른 문화에 동화되거나 종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나 정권은 100년을 견디기 어렵지만 민족은 영원한 것이다. 민족혼과 얼을 보전하는 것은 한나라 민족이 영존하는 원동력이다.